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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휴가는 끝났어

애거사 크리스티에게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이 있다는 걸 몰랐다. 『봄에 나는 없었다』를 읽고 그 필명을 알게 됐다. 소설엔 노년을 향해 가는 부부가 등장한다. 아내 조앤이 주된 화자인데 에필로그에 이르러 남편 로드니가 목소리를 낸다. “휴가는 끝났어.” 혼잣말인 듯 아닌 듯한 로드니의 말이다.

아내가 사막의 숙소에 발이 묶여 고통스럽게 인생을 반추할 때 남편은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사랑한 여자를 가상의 친구로 삼으면서. 누가 나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사는 일이고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인 것을. 아내가 계획한 휴가와 남편이 꿈꾸는 휴가가 같으면 좋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휴가 역시 합치되기란 요원하다.

뼈아프게도 조앤의 자기 고백과 자기혐오를 통해 나를 뜯어봤다. 더러 비슷한 데가 보였다. 말했다시피 사는 일이니까. 주인공에 대한 몰입과 별개로 읽는 동안 거듭거듭 감탄했고, 쓰는 일에 있어선 의지와 영감을 얻었다. 순수한 재미를 느끼면서 동기 부여까지 되는 건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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